‘상품권 페이’ 논란에 대한 SBS본부 입장

 

 최근 사회적 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이른바 ‘상품권 페이’ 논란은 그 자체로 벌어져서는 안 될 부끄러운 방송인들의 자화상이다. SBS 프로그램에 기여한 분들이 정당하게 받아야 할 ‘임금’을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상품권으로 지급한 건 방송 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현행법을 위반한 것인 동시에, 방송 노동자의 인격마저 훼손하고 모멸감을 안긴 행위이다.

 SBS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관련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SBS 사측은 오늘 ‘상품권 페이’ 논란과 관련해 사건 경위와 조사 내용, 재발 방지책 등을 담은 입장문을 내놨다. 최근 문제가 된 프로그램 외에도 지난 3년 간 22억 원어치의 상품권이 목적과 다르게 지급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는 자기 고백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 상품권 협찬 폐지, 제보자 및 고발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 금지, 이른바 ‘갑질’ 논란에 대한 추가 조사 방침 등을 천명한 것은, 비록 외부 폭로로 시작되긴 했으나 오랜 세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러진 방송가의 적폐를 SBS가 앞장서서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SBS 본부는 오늘 발표문에 나타난 사측의 의지가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다.

 

 다만 오늘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회 일각에서는 SBS가 문제가 드러난 일부 프로그램과 담당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꼬리 자르기’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사측이 밝힌 것처럼, ‘상품권 페이’ 문제는 SBS 전체가 자성하고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해가 갈수록 가중되는 제작비 절감 압박을 통해 일선 제작 현장의 피디들을 부당한 ‘상품권 페이’로 내몰고, 열악한 제작 환경 속에 이른바 ‘갑질’로 손실을 보전하도록 방조 또는 강요해 온 사측의 ‘성과 만능주의’ 경영 방침과 관리 책임 또한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불법 부당한 관행의 방치와 확산에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엄정한 징계 조치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아울러 ‘상품권 페이’ 논란으로 불거진 방송 제작 과정의 ‘갑질’ 논란을 일선 현장의 기자, PD 등 방송사 소속 노동자들과 협력업체, 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의 대립으로 둔갑시키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이 문제는 미디어법 개정과 종편 출범 이후 방송 광고시장 교란으로 인한 지상파 수익구조 붕괴를 방치한 정책당국의 무책임, 수익구조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익 빼돌리기로 일관하며 제작 환경 악화에 일조해 온 방송 자본 권력의 횡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더욱 악화된 병폐이다. 진짜 ‘갑’들의 책임이 빠진 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을’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방송 갑질 청산’ 문제를 호도하는 것은 본질을 왜곡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진정성 있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방해물이 될 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협력업체와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부당하고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 비인간적 처우를 강요하도록 만든 방송제작 환경 개선을 RESET! SBS! 투쟁의 과제로 삼고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이는 단순히 ‘방송 갑질 청산’을 넘어 SBS 방송노동자들에게도 더 인간적인 노동조건을 향유하고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확고히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1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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