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정 근로기준법 해설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 김유경

 

2018년 2월 28일 방송업계는 물론 노동계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근로기준법의 노동시간 단축 관련 조항들이 일부 개정됐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연평균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로, 장시간 노동 문제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할 해묵은 과제중 하나이다. 논란은 지속돼 왔으나 업계에서 그 누구도 사전 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르면 올해 7월 1일부터 `휴일을 포함하여 1주당 최대 52시간까지만 일을 시킬 수 있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여기에 제작현장에서 무한정 연장근로가 가능했던 방송업종은 이번 개정에서 근로기준법 제 59조상 특례업종에서 제외됨으로써 그 어느 업종보다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눈앞에 다가온 노동시간 단축에 대비하기 위하여 우선 달라진 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혼선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제도 이해를 바탕으로 노동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갈 방안이 무엇인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1. 개정 근로기준법의 핵심 : 평일, 주말 상관없이 1주(7일)간 연장근로는 12시간까지

노동시간 단축으로 노동계가 들끓고 있지만 이번 개정 근기법의 핵심은 매우 간명하다. 기존법에서 명시하지 않았던 ‘1주’의 정의를 신설하고, 이를 통해 “평일이든, 주말이든 상관없이 1주일(7일)의 연장근로는 12시간으로 제한한 것‘이다.

주 40시간제가 시행된 것은 14년 전인 2004년 7월인데 ‘주 52시간제’는 갑자기 어디서 나온 것인지 여기서부터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우선 근기법은 원래부터 아래와 같이 1일, 1주 근로시간의 한도와 1주 연장근로시간을 정하고 있다.

제50조(근로시간) ① 1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제53조(연장근로의 제한) ①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위 근기법 제50조 제1항의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이 40시간’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으나 제53조의 ‘1주간 최대 연장시간’을 계산할 때 ‘1주’를 며칠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존재했다. 상식적으로 ‘1주일’이라면 ‘7일’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행정해석을 통해 1주 12시간 이내로 제한되는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휴일근로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즉, 1주를 7일이 아닌, 휴일을 제외한 근무일로 국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번 개정 근기법은 제 2조(정의)에서 ‘1주란 휴일을 포함한 7일을 말한다’는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노동부의 잘못된 해석을 법률로써 폐기하고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존 노동부 해석대로라면 법을 위반하지 않고 연장근로를 포함해 일을 시킬 수 있는 최대시간은 ‘기준근로시간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요일 8시간+일요일 8시간=68시간’이었으며, 경우에 따라 휴일이 많이 포함된 주라면 68시간을 초과한 노동까지 가능했지만 법 개정 이후에는 누가 뭐래도 주 최장 52시간을 넘긴 노동은 위법에 해당한다.

사용자가 1주 기준 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하여 일을 시킬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아래 현장에서 자주 묻는 질문들을 통해 새로운 법을 둘러싼 궁금증을 풀어보자.

 

[주 최장 노동시간 52시간 관련 자주 묻는 질문들]

 

[질문] 제작 업무가 몰리는 특정 주일 초반부에 3일만 나와서 하루 16시간씩 일하고 나머지 나흘은 쉬라고 합니다. 1주일 7일간 노동시간이 총 48시간이니 52시간 위반은 아니죠?

[답변] 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근기법상 1일 최대 근로시간은 8시간이니, 근무일 3일 동안 매일 16시간씩 일했다면 매일 8시간씩 연장근로가 발생한 것이고, 이를 합치면 총 24시간으로 1주당 연장근로 제한인 12시간을 넘기게 됩니다. 이 경우 해당주에 3일만 나와서 일한다면 1주 기준근로시간 최대 24시간(1일 8시간 X 3일)+ 연장근로 12시간=36시간까지만 노동이 가능합니다.

 

[질문] 방송업의 특성상 밤샘 작업이 자주 있습니다. 월요일에 연속해서 20시간 근무를 하고 이틀 쉰 뒤 목요일에 다시 20시간 근로를 한다면 1주일간 총 40시간을 일하는 것이니 가능한 것 아닌가요?

[답변] 불가능합니다. 1주일 최장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이고, 이미 월요일에 1일 기준근로시간인 8시간에 더해 12시간을 일했으니 1주일 최장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채워졌습니다. 따라서 목요일에는 8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주 52시간 노동과 관련한 시간 계산시 이것만 기억하면 된다! 18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시간은 무조건 1주일 최대 연장근로시간12시간에서 제하고, 12시간을 전부 사용하는 순간 해당 1주일 내 연장근로는 더 시킬 수 없다. 18시간, 1주 연장 12시간 계산시 실제로 출근하여 일한 날이 평일인지, 휴일인지는 상관없다는 점도 특히 유념하자.

 

2. 방송업계 1주 최장근로 52시간 제한은 언제부터?

 

정작 궁금한 것은 ‘방송업계는 언제부터 이러한 주 52시간 노동시대를 맞이할 것인가’ 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장에서는 올해 7월 1일부터인지, 내년 7월 1일부터인지 등을 둘러싸고 다소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1주 7일 정의 규정, 즉 주 최장 52시간 근로’ 규정이 적용되는 시점이 사업장 규모별로 상이하고, 방송업종의 경우 근기법 제59조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시기와 주 최장근로 52시간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 시점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세히 살펴보면, 기존 근기법 제59조상 특례업종에 해당하는 업종은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한 경우에는 주 12시간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하게 하거나, 법 제54조에 따른 휴게시간을 변경하여 부여할 수 있었다. 이번 개정 근기법에서 기존 특례업종에 해당했던 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축소됐고, 방송업종도 제외업종에 포함됐다. 해당 조항의 시행시점은 올해 7월 1일부터이므로, 7월 이후부터는 근로자대표와 사용자가 서면 합의를 한다고 해도 주 12시간을 넘어 초과근로를 시키거나 휴게시간을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방송업종이 특례업종에서 풀려났음에도 위에서 살펴본 1주 최장근로 52시간 제한 규정은 ‘특례업종에서 빠지게 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300인 이상 사업장이라도 시행시기가 1년 더 늦춰져 2019년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SBS와 같이 300인 이상 방송사업장은 내년 7월부터 52시간 제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기존 고용노동부 해석을 따른다면 내년 7월 전까지는 개정된 1주 52시간 제한법이 적용되지 않는 한 1주 68시간까지는 근로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공개변론을 진행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건의 결론에 따라 내년 7월 이전에라도 1주 최장 52시간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해당 사건은 1주일을 휴일을 포함하여 7일로 보고, 휴일 중복 할증(1주일 40시간을 넘겨 휴일에 출근하여 근로하였을 경우 해당 휴일근로는 1주 40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이자 휴일근로이므로 중복하여 가산하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1주가 7일이라는 이 판결이 곧 확정될 경우,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고용노동부의 소극적 태도를 넘어 내년 7월 이전에라도 주 52시간 체제를 강고히 하려는 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3. 휴일근로시 가산수당은 얼마나 받나?

 

이번 개정 근기법에는 휴일근로 가산임금 지급기준도 신설(제56조 제2항)됐다.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 ① 사용자는 연장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다음 각 호의 기준에 따른 금액 이상을 가산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여야 한다.

1.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 :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2. 8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 : 통상임금의 100분의 100

 

위 2번에서 잠시 살펴본 것처럼 주40시간을 넘겨 휴일에 출근한 경우 해당 휴일근로가 연장인 동시에 휴일근로에 해당하여 중복 할증 지급을 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었고, 현재 대법원에서 관련사건이 계류 중인데, 이를 이번 개정 근기법에서 입법을 통해 정리한 셈이다.

다른 개정 조항들이 대부분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것과 달리 이 조항은 개정법 공포 이후 즉시 시행되므로, 이미 시행에 들어간 상태이다.

이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휴일인 토요일에 출근하여 8시간을 근무한 뒤, 다음날인 휴일 일요일에 나와서 4시간을 근무할 경우 해당 일요일의 4시간 근무에 대하여 ‘토요일을 포함하여 휴일근로를 계산하여 8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로 보아야 한다’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문구 해석상 해당 조항의 휴일근로는 1일 단위를 기준으로 계산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설된 이 조항은 결과적으로 8시간 이내의 휴일근로에 대하여 중복할증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종전의 노동부 해석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SBS는 그동안 장시간 초과노동이 불가피한 방송제작 환경을 이유로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노사간 별도 협약을 통해 시간외 수당을 지급해 왔다.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새로운 시간외 수당 협약 역시 대폭 인상에도 불구하고 법적 기준에 미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SBS도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혁명적 변화에 맞춰 장시간 초과노동과 노동자 착취를 기본으로 하는 불법적 시간외 수당 협약을 폐기하고 연장, 야간, 휴일근무에 대해 법적 기준에 맞는 대가를 지급해야 할 것이다.

 

4. 예상되는 변화와 나아갈 방향

근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부터 방송현장에서 빈번하게 제기된 질문은 “과연 개정법대로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가능한가?”였다. ‘방송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다’, ‘특례업종에 묶여 어쩔 수 없다’는 암묵적 동의 아래 그동안 관행처럼 너무도 당연하게 살인적인 노동강도를 감내했던 방송 노동자들로서는 당연한 질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동시간 단축을 담은 개정 근기법 시행 시점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방송업종만 이를 피해갈 수 없다. 그동안 장시간 노동과 관련하여 누적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판짜기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 기존의 업무 시스템과 제작환경 등을 그대로 고수한 채 주 52시간 노동을 실현하는 것은 요원할 것이다.

이번 노동시간 단축 개정 근기법의 취지는 매우 분명하다. 저렴한 노동의 대가 지급과 왜곡된 임금구조로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장시간 노동은 이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길이라도 함께 걸으면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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