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 편지]

이제 결론을 내릴 시간입니다.

 

 

 가을의 문턱에 들었지만 여전히 폭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유래 없는 폭염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오늘도 SBS의 경쟁력을 위해 굵은 땀을 흘리고 계신 조합원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노동조합은 20여 차례의 조합원 간담회에 이어 지난 6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노사협상에 임해 왔습니다. 현재까지 10여 차례에 걸친 실무협상을 벌였으나, 우리 노사는 여전히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노동조합은 68시간 체제 그 자체보다도 52시간 체제로의 순조로운 이행을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이번 노사협상의 위상을 규정하고 협상의 고비마다 과감한 양보안을 제시하며 조기 타결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편성과 제작, 회사의 지불능력 등을 고려한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노사 간 논의를 위해서는 52시간 체제 협상의 조기착수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외수당 요율의 경우, 당장 법정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측의 요구를 수용해 정액제를 당분간 유지하되 요율을 인상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고, 해외출장에 대한 예외조항 도입과 유연 근로 제도의 탄력적인 수용 입장도 이미 전달했습니다.

 

 특히 노동시간을 측정하지 않는 간주근로제도로 장시간 노동과 보상 없는 공짜노동의 고착화를 부를 우려 때문에 도입에 반대해 온 재량근로 역시 편성과 제작 시스템의 즉시 변경이 수반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하여 제한적이나마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일부 불가피한 조합원들에 한하여 한시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양보안을 사측에 제시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측은 협상의 조기 타결을 위한 적극적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재량근로 제도의 무분별한 확대 도입을, 법적으로 그 대상이 될 수 없는 조연출들에 까지 적용해야한다는, 탈법적 주장을 하고 있으며, 8월 들어서는 정부의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 유예 방침에 편승해 협상 자체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 지리한 협상의 굴레에 갇힌 사이, 우리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일하던 프리랜서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벌어졌고, 안팎에서는 고질적인 장시간 밤샘 노동이 부른 과로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쩌면 조금만 협상이 일찍 타결되고 제작 관행 개선이 전면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면 이런 불행한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의 일터에서는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전면적이고 총체적인 제도와 시스템 변화의 시간표가 지체되면서 안팎의 압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PD들을 포함한 일선 제작 현장 조합원들의 혼란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에 노동조합은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가 버젓이 지속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지지부진한 실무협상 대신 본 교섭을 통해, 그것이 협상타결이든 결렬이든 결론을 내자고 사측에 제안한 상태입니다. (본 교섭은 월요일 오후 3시 30분에 벌어집니다.)노동조합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본 교섭에 임하겠습니다. 타결되면 타결되는 대로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결렬되면 결렬되는 대로 취할 수 있는 가능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나아가, 협상 결렬에 대비해 기존의 ‘시간외수당 협약’ 폐기 여부와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준법 투쟁 방안 등에 대한 실무 검토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이제 사측이 진일보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노동조합도 더 이상 물러설 여지가 없습니다.

68시간 체제 협상에서 현상유지와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꼼수들로 합의문을 채우려 든다면, 52시간 체제는 아예 협상은 고사하고, 도입과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시간 단축 협상이 SBS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노사 간 대타협의 계기가 될 지, 아니면 불필요한 대립과 시간낭비로 불신의 나락으로 빠져들지는 전적으로 사측에 달려 있습니다. 

 

 본 교섭 결과와 그간의 협상 내용 등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안에 대의원회 등을 소집해 조합원 여러분들께 소상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남은 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언제나 기운찬 하루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노동조합은 늘 조합원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2018. 8. 16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장 윤창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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