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 최장 68시간 체제와 관련한 노사 합의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노사는 1개월 단위로 초과 근무 현황 데이터를 공유하고 휴식시간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합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는 지난 9월 근무시간 현황 자료를 토대로 합의 시행 한 달을 맞은 지금 조합원들의 노동시간 실태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는 본부도 있었지만 심각한 위반 사례도 나타난 만큼 3/4 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에 강력 항의하고 철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6-7면 노사협의회 기사 및 WISE 노동조합 게시판 노사협의회 회의록 참조)


▷통상근무(시차, 교대 포함) 

기존 근무체제와 같은 통상근무가 계속 적용되는 부서는 대부분의 경우 노동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일부 팀(아나운서, 라디오, 드라마운영)에서 한 주 노동시간의 한도(평일 40+12=52시간, 휴일 16시간)를 훌쩍 넘어선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업무 배분과 노동시간 관리 등에서 책임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례) 통상근무제 조합원의 9월 한 주 노동시간 

 

토 

실 근무

시간

12

14

12

12

12

9

7

 

→ 평일 초과 근무 시간이 각각 4, 6, 4, 4, 4 시간으로 5일 간 모두 22시간의 초과 근무시간이 발생했다. 1주의 평일 초과 근무 시간이 총 12시간이란 기준을 훌쩍 넘겼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


▷유연근무 (선택근무, 탄력근무) 

지난 9월부터 처음으로 SBS에 유연근무제가 도입됐다. 유연 근무제 가운데  선택근무제와 탄력근무제를 택한 부서의 경우, 처음 적용하는 제도인데다 제도 자체가 실제 적용하기에 복잡한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노동시간 준수가 잘 이뤄지는 곳도 많았다. 그러나 현저하게 기준을 넘어선 곳도 상당히 수 나타났다.
 광범위하게 선택근무를 도입한 보도본부의 경우 소수의 위반 사례를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노동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시스템상 입력되는 출퇴근 시간에 맞춰 외형적으로는 규정이 지켜지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시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택근무제가 적용되는 일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위반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선택근무제는 한 달 이내의 기간을 정해 해당 기간의 한 주 평일 평균 초과근무 시간이 12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무색할 정도의 초고강도 노동이 여전한 사례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례) 선택근무제 조합원의 9월 노동시간 

 

토 

합계

1주차

17

10

12

17

15

9

14

94

2주차

14

13

15

15

14

15

16

102

3주차

14

13

13

16

14

17

13

100

 → 3주 합계 평일 전체 노동시간은 총 212시간인데 통상근무는 120시간이므로 92시간이  초과 근무로 계산된다. 1주 평균 30.6시간의 초과 근무가 발생한 것으로 법에 정해진 12시간을 2배 이상 넘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한다. 휴일근무도 3주 합계가 84시간이다. 1주 평균 28시간의 휴일 노동이 이뤄졌으므로 법에 정해진 16시간을 크게 초과했다. 

  A&T의 경우에도 선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곳 중 드라마와 예능 제작 관련 부서의 노동시간 초과사례가 많았다. 특히 영상제작 2팀과 아트 1팀의 경우 주당 68시간을 넘는 노동이 계속해서 다음 주에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제작 CG팀의 경우 드라마 CG 수퍼바이저의 근무여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택근무를 기본으로 하고 일부 프로그램에 탄력근무가 적용되는 시사교양본부의 경우, 제작과 편집이 집중되는 특정 주에 이뤄지는 고강도 노동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파악된다. 탄력근무제는 3개월 이내 단위에서 노동시간을 합산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9월 한 달 노동시간 자료만으로 전체적인 노동시간 준수여부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하다.
 다만 탄력근무제라고 하더라도 특정한 한 주에 쓸 수 있는 최장 근무시간은 평일과 휴일을 합쳐 80시간을 넘지 못한다(*고용노동부 유연근무제 가이드라인/ 52시간 체제에서는 64시간을 넘을 수 없다). 탄력근무를 적용한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특정 한 주의 노동시간이 80시간을 훌쩍 넘어 100시간을 초과한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탄력근무제 자체가 운영이 복잡하다는 특성에다 적용 초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제도 취지에 맞게 적법하게 운영되도록 앞으로 계속 점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례) 탄력근무제 조합원의 9월 한 주 노동시간

 

토 

합계

실 근무

시간

17

18

19

17

19

12

0

102


 → 탄력근무제라고 하더라도 현 제도상 특정 한 주의 근무시간 총합이 평일과 휴일을 합쳐 80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위 경우 이 주의 총 근무시간이 102시간으로 탄력근무제에서 허용되는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

 

▷ 재량근무 

드라마 대부분과 상당수 예능 프로그램에 적용되는 재량근무제는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노동시간 준수는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의 휴식시간 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가장 많았다. 원래 제도상의 재량근무제는 노동시간을 아예 측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 SBS에는 처음 적용하는 것인 만큼 노사합의를 통해 한시적으로 다른 근무제와 마찬가지로 출퇴근 시간을 입력하도록 해 노동시간을 측정했다. 재량근무제는 실제로 일한 노동시간이 몇 시간이냐에 상관 없이 사전에 정한 노동시간(주 68시간, 주 52시간 등)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재량근무 적용시 노사 합의는 물론 적용 당사자 개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있다고는 하지만 제작환경 개선과 프로그램 편성의 전략적 변화 등 근본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사례) 재량근무제 조합원의 9월 한 주 노동시간 

 

토 

합계

실 근무

시간

20

16

20

21

20

18

20

135

 

 → 실제 노동시간과 관계 없이 주 68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재량근무 대상자이나 실제 노동시간은 135시간으로 2배에 달했다.


★ 더욱 심각한 것은 법정 노동시간 준수는 고사하고 노사가 합의로 정한 휴식시간 가이드라인조차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근무시간 단축 노사 합의문>
- 1회 연속 근무시간은 13시간 내를 원칙으로 한다. 다음 근무 개시 전까지 필수 휴식 시간은 8시간으로 한다. 

노사합의문에 담긴 위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뿐더러 불가피하게 위 원칙을 지키지 못했을 때 준수하도록 한 아래 휴식시간 가이드라인 규정도 모두 지켜지지 않았다.

<휴식시간 가이드라인>
- 13시간을 초과한 연속근무시간에 대해서 관리자는 1주일 이내에 해당 시간만큼의 추가 휴식시간을 보장해야한다.
-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경우 현장 책임자는 위반사실과 사유를 해당 부서장과 노동시간 단축 대응센터에 보고한다.

위 사례를 포함해 휴식시간 가이드라인이 지켜지는 않은 여러 경우에 대해 노동조합은 사측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또 반복적으로 위반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휴식 시간 가이드라인이 정한대로 해당 관리 책임자가 노사협의회에 직접 출석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워라밸은 남의 일” 노사 합의 무색한 제작현장 살풍경

125시간, 109시간 40분, 105시간, 103시간...

 믿기 힘들겠지만 68시간 체제 시행 후 예능본부 주말 버라이어티, 평일 프로그램 조연출들의 1주일 근무 시간이다.  68시간, 더 나아가 52시간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력확충과 시스템 변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함에도 불구, 오히려 새 파일럿 프로그램 준비로 프로그램 수가 늘어나면서 팀당 제작 피디 수도 줄어들었다.
  또 하나 큰 문제는 ‘재량근무제’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과 사측과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다. 대부분 ‘재량근무제’를 선택하면 68시간을 초과해도 된다’라고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재량근무제’ 역시 68시간을 재량껏 사용하는 데 동의를 한 것이지 68시간을 초과해도 된다는 말을 결단코 아니다. “난 잘 모르겠으니 알아서들 일하고 68시간 지켜라”라는 일부 관리자들의 충격적인 언급도 있었다.
 현재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면 인력확충 및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또 인사이동 적체로 인해 노동 강도가 높은 프로그램만 연속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도 없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프로그램 이동시 휴가조치’는 필수 중 필수다. 적절한 휴식과 재충전이 없으면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창작의욕이 저하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예능본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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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밤 촬영장, 곳곳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형, 이제 68시간 넘은 거 아니에요?”
“조감독, 이번 주 근로시간은 어떻게 되는거야?”

 누군가의 말은 못들은 체 하고 누군가의 말은 적당히 웃어 넘기며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촬영장 한쪽 구석에서 연출부, 제작부 스탭들과 대책 회의를 가진다. 지난 주에도 지지난주에도 있었던 풍경이다.
 찍어야 할 분량은 정해져 있고 매주 스케줄을 넘기고 넘기다 마지막엔 별 수 없이 노동시간을 초과하게 된다. 예전보다 촬영 시작 시기가 당겨졌고 B팀도 보다 일찍 가동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 변화를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자칫하면 방송사고가 날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순간에야 대본이 넘어오는 건 여전하다. 영화, 광고에 해외 프로모션까지 병행하는 연기자들 스케줄을 맞추면서까지 노동시간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드라마본부 조연출들이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재량근무제 동의서에 서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작가-연기자 중심 시장구조 개선, 혹은 주1회 방영과 같은 편성전략 변화와 같은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68시간은 물론 다가오는 52시간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지난 7월 이후 제작 현실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회사의 상황 인식은 현장 노동자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노력 없이 노동시간을 준수하라는 압박만 날이 갈수록 더해간다. 분사 논의조차 노동시간 단축 적용을 유예받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는데선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혹시 내 프로그램의 노동시간 문제가 기사화 되지는 않았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을 하게 된다. 그렇게 드라마 현장의 우리들은 ‘예비 범법자’로 초조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 드라마 본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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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운영되는 부서 특성상 한 주에 12시간까지만 가능한 연장근무 시간은 초과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인원으로는 불가능하다. 인원충원이 필수다. 현재도 5명 충원을 하고 있지만, 부서 특성상 2달 교육이 지나야 실무에 투입이 가능하다. 11월 입사자는 교육을 거쳐 1월이 되어서야 실무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올해 안에 68시간 근무 원칙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52시간 근무체제로 가면 당연히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내년 52시간 대비 충원계획은 일찍 시행해 2월부터는 계획을 잡아야 7월에 원활히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A&T 영상편집팀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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