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노사 양측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임시 노사협의회가 열렸다. SBS 수익구조 정상화를 위한 10.13 합의 이행 문제를 놓고 양측 사이에 격론이 오갔다.

 노동조합은 과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당시 사측이 내세운 소유-경영 분리와 경영 투명성 강화라는 목적은 지난 10년간 제대로 달성되지 않았고 이익 터널링으로 SBS의 수익구조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또 SBS를 둘러싼 방송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총괄적인 채널 전략을 수립하고 콘텐츠 기획-제작-유통-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데도 현재 지주회사 체제는 한계를 드러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사측이 조합에 제시한 구조개혁 방안은 현재 모순을 그대로 둔 채 콘텐츠 요율 계약만을 일부 변경하겠다는 것이어서 지주회사 체제의 근본적 개혁과는 거리가 멀고, 결과적으로 SBS 수익구조 정상화라는 10.13 합의 정신을 온전히 이행할 수 없는 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이어 노동조합은 2008년 이래 지속된 지주회사 체제는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이 체제로는 미디어 격변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SBS와 SBS 미디어 홀딩스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청산을 요구했다.

 사측은 당초 조합이 SBS플러스와 콘텐츠 허브의 채널, 유통 기능 등을 수직계열화 할 것을 요구하다가 이번 회의에서 SBS와 미디어홀딩스와의 합병을 내세운 것은 입장이 달라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당초 조합이 제시한 SBS 수직계열화 방안을 그동안 사측이 반대해 온 이유는 대주주가 반대해서가 아니며 순수하게 현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합은 그동안 지주회사 체제가 갖는 모순과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정상화 할 방안을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지만 사측이 기형적 구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방안만을 고수해 온 만큼 이제는 지주회사 체제를 해체하는 보다 근원적인 수익구조 정상화 방안을 제시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미디어홀딩스 합병은 지주회사 체제 아래 분산된 기능과 자산을 통합하는 더 근본적인 차원의 수직계열화 방안으로 10.13합의 정신에 가장 잘 부합하는 방안임을 분명히 했다. 노동조합은 특히 대주주가 미디어홀딩스는 물론 홀딩스 계열사들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SBS 정상화 논의의 당사자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노사가 협의하면 뒤에서 이를 보고 승낙 여부를 결정하는 식으로 움직일 게 아니라 논의구조에 직접 들어와 함께 결론을 내자고 강력히 요구했다.   

 격론이 오가는 과정에서 사측 입장이 오락가락 하는 단면이 노출되기도 했다. '수직계열화 반대는 대주주가 아닌 현 경영진의 판단'이란 발언과 '수직계열화 방안을 재검토 하고 있고 방안이 나오면 대주주를 설득하겠다'는 발언이 동시에 나왔고 'SBS와 미디어홀딩스의 합병은 SBS 경영진이 (결정) 할 수 없는 일' 이라는 발언과 '(미디어홀딩스 지배를 받는) SBS 플러스 채널은 노사가 합의하면 대주주 동의 없이도 SBS로 가져올 수 있다'는 모순적인 발언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10년 전에 (지주회사 전환 때) 직원 동의를 받았으면 저는 반대했다'는 발언까지 사측에서 나왔다. 이는 사측과 대주주가 지주회사 체제를 수익유출과 방송사유화의 수단으로 오용해 SBS를 수렁에 빠뜨린 책임을 전가하는 상식 이하의 발언이다. 다시 밝히지만 노동조합은 단 한 순간도 지주회사 체제 아래 수익을 빼돌리고 태영의 로비창구로 SBS를 활용해 온 부도덕한 경영행태에 동의한 적이 없다. 이런 발언은 역설적으로 사측 스스로도 현 홀딩스 체제의 문제를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 경영진 역시 지주회사 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면 이 체제를 해체해 그 동안 쌓인 모순과 왜곡을 일거에 해소하고 SBS가 살아나갈 길을 찾자는 조합과 조합원들의 싸움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 본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