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조직 콘텐츠 혁신으로 미래를 열어야

 

인물 조직 콘텐츠 혁신으로 미래를 열어야

 SBS 미래 주체들이 중심이 된 노동조합 미래위원회의 10대 제언은 일하는 방식, 조직, 문화, 콘텐츠, 리더십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이고 대대적인 쇄신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눈 앞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시늉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구성원들을 체념하게 했던 과거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면 미디어 격변의 위기 속에 SBS에 남은 기회의 문이 완전히 닫혀 버릴 것이라는 극한의 위기감에서 모아진 아이디어들이다.  

 이번 미래위 보고서는 지난 2004년 재허가 파동 당시 노동조합이 주도해 만든 14대 개혁과제 이후 15년 만에 다시 노동조합이 독자적으로 제안하는 조직 혁신 제언이다. 그만큼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은 현재 SBS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오래된 위기가 이제는 일상으로 파고들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지상파 쇠락의 국면에서 경영진은 제살깎기식 현상유지 외에 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주주는 SBS의 미래는 아랑곳없이 노사관계를 파탄낸 뒤 다시 조직을 사유화하려는 몽니만 부리며, 무책임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스스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우리 일터 SBS를 지속가능하게 할 동력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화려한 수사와 장미빛 전망을 담은 현란함은 처음부터 미래위원회 보고서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첫째, 우리는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조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실행모델을 만드는데 집중했다. 콘텐츠 스타트업센터(CSC)와 주니어 CP 제도 도입, 평가 제도 혁신 등은 지금이라도 경영진의 의지만 있다면 조직에 새로운 창의적 기운을 불어넣고 협업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안들이다. 소수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창의, 참여를 촉진해 집단적 지성이 SBS를 바꿔가는 변화의 가속페달인 것이다.  

 둘째, 기존 T/F 보고서들과의 또 다른 근본적 차이는 SBS의 변화를 가로 막았던 성역을 과감히 혁신의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수없이 많은 혁신 노력들이 실패한 핵심적인 원인은 아무리 아래로부터 자발성과 창의성에 기반한 변화를 이야기 해도 이를 기득권에 대한 도전으로 낙인찍고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으려는 대주주와 경영진의 리더십에 있었다. 이미 SBS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기반인 소유경영 분리와 독립 경영 체제를 무너뜨려 자격을 의심받고 있는 대주주가 진정 SBS를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만드는데 동참할 의지가 있는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질문이다.  SBS 구성원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대주주라고 성역이 될 수 있겠는가?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는다면 이미 의심받고 있는 대주주의 자격은 더욱 더 엄중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셋째, 10대 제언에 담긴 문제의식은 구성원들에게 오는 18일부터 시행되는 사장 임명 동의 절차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방송사 유일이기는 하지만 현재 SBS의 사장임명동의제도는 대주주가 추천한 후보자를 놓고 투표권자인 구성원들이 후보자의 적합성 여부를 충분히 검증할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 노동조합은 후보자 경영 비전 토론회 등을 통해 자질 검증 기회를 마련하려 했으나 사측의 완강한 반대로 무산된 상황이다. 어떻게든 깜깜이 투표로 유리한 고지를 만들어 보겠다는 사측의 얄팍한 계산이 읽힌다. 이런 환경에서 SBS 구성원들이 판단의 근거로 10대 제언에 대한 사장 후보자의 견해, 업적, 성과들을 평가한다면 SBS에 적합한 리더십인가를 어렵지 않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10대 제언을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SBS 리더십은 이미 자격 상실이다.

 혁신은 고름을 완전히 짜내 상처를 치유하고 새 살을 돋게 하는 과정이다. 적당히 상처를 봉합하고 소독약이나 바르는 시늉을 반복하면 완전히 썩어 결국엔 목숨이 위태로워진다. 우리는 이미 최악의 상황에 근접해 가고 있다. 이제 치유의 고통은 필수적 통과의례다. 그만큼 깊고 근본적인 쇄신만이 앞 길을 열 유일한 방안이다.

노동조합으로 함께 뭉쳐 고통의 터널을 통과하자!

리더와 조직, 문화, 그리고 콘텐츠까지 과감하게 싹 바꿔내자!

그래야 우리의 앞 길을 덮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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