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여러분께 늦은 새해 인사 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늘 건강하시고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이미 공지한 바 대로 노동조합은 지난 해 10월부터 시작된 임금 및 단체협약 개정 협상을 이번 주 마무리했습니다. 이로써 박정훈 사장 체제 4년 동안 무려 3차례에 걸친 기본급 동결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기본급 동결을 통한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의 협조가 아니고서는 SBS는 적자 경영의 늪을 벗어나기 힘든 위태로운 상황을 아슬아슬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임명동의 투표 과정과 이후의 정기 인사 등을 통해서도 우리는 대주주와 사측으로부터 뚜렷한 변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경영투명성과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강화하라는 노동조합의 지적에 대해 달을 쳐다보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맞네, 틀리네’ 논하고 있는 게 지금 SBS 경영진의 적나라한 수준입니다.

 이런 와중에 SBS를 둘러싼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지난 해 3월 이사회 폭거로 소유경영 분리 원칙을 파괴하고 SBS 재장악을 가속화했던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태영건설에 대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태영건설 자체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어제 관련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과거 SBS 미디어 홀딩스를 설립할 때 방송과 투자사업 부문을 나눴던 것처럼, 태영건설을 건설과 투자부문으로 나눈 뒤 TY 홀딩스라는 지주회사를 만들어 지배하는 방식입니다.

 TY 홀딩스의 설립은 SBS의 지배구조와 미래 사업기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입니다. 사측은 지난 해 7월 노동조합을 공격하면서 마치 노동조합이 SBS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펼쳤으나, 드러난 것은 대주주 스스로가 SBS 지배구조를 뒤흔들어 SBS에 심대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BS 미디어홀딩스 체제가 SBS 구성원들의 피와 땀을 착취해 SBS 성장동력을 파괴하는 틀로 악용됐던 것처럼 태영 홀딩스 체제는 SBS와 SBS 구성원들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태영홀딩스의 설립 목적은 분명합니다. 윤석민 회장 취임 이후 흔들리고 있는 태영건설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그룹 전체에 대한 윤석민 회장의 개인 지배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SBS의 미래 성장 가능성과 사업기회, 방송 독립성과 자율성, 소유 경영 분리에 대한 대국민 약속이 모두 뿌리째 뽑혀 나갈 수 있습니다. 이는 곧 미디어 격변의 위기에 표류하고 있는 SBS에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치명적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뿐 아닙니다. SBS 외부에서는 윤석민 회장의 SBS 매각설, 지상파 포기설 등 온갖 말들이 가라앉지 않고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SBS를 발판삼아 폭발적 성장을 구가해 온 태영건설의 자산규모가 10조원 대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SBS의 고혈을 짜내 태영을 살찌운 결과입니다. 그런데 자산규모 10조를 넘게 되면 해당 기업집단은 방송법 상 지상파 지분을 10%이상 소유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태영건설은 SBS의 지배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됩니다. 여러 언론들을 통해 매각이나 지상파 포기설이 떠도는 것이 전혀 근거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입니다. 지난 해에도 윤석민 회장 측이 SBS 매각을 검토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그저 아니 땐 굴뚝에서 나는 연기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노동조합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이미 SBS 소유경영분리 원칙을 파괴한 윤석민 회장이 1인 지배력을 더 강화해 SBS를 완전히 장악하는 어떠한 변화도 단호히 반대할 것입니다. 또한 지배구조 변동의 과정 속에서 SBS의 경쟁력과 미래 생존을 위협하는 변화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맞서겠습니다. 지배구조 변화의 과정에서 또다시 SBS의 출혈과 희생을 강요한다면 이는 구성원들을 사지로 내모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합원 여러분, 노동조합은 지난 몇 년 간 대주주의 전횡과 경영진의 무책임 속에 바람 앞의 촛불같은 신세에 놓인 SBS의 미래를 새롭게 열기 위해 부단히 투쟁해 왔습니다.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고 착오도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전열을 새롭게 정비하고 다가오는 태영건설 發 복합위기에 힘있게 대응해야 합니다. SBS 방송을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세력과 방송 그 자체가 인생인 우리 방송 노동자들과의 싸움은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설 연휴가 지나고 윤석민 회장과 태영건설의 계략이 좀 더 분명한 윤곽을 드러내면 그동안 분석한 내용들을 좀 더 자세하게 직접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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