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동지 여러분, 정형택 본부장입니다.
수사처럼 썼던 ‘존경’의 표현이 이젠 충만한 진심이 됐습니다. 함께 일하는 것(동료)을 넘어 뜻을 같이하는 동지(同志)의 소중함도 절실히 느낍니다. 그런 존경하고 자랑스러운 동지들께 언론노조 SBS본부장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이제 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지난 2년 10개월의 시간을 돌아보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임기 시작부터 임명동의제를 지켜내기 위해 6개월간 싸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76일간의 무단협 상황과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고 이힘찬 조합원을 지키지 못했던 순간은 임기 동안 가장 아프고 후회스러운 일로 기억됩니다. 사측의 공식 사과를 받고 재발 방지를 위한 드라마 제작준칙을 만들기까지 꼬박 열 달이 걸렸습니다. SBS A&T 조합원의 고유업무와 노동조건을 지키기 위한 129일간의 투쟁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매 순간 두려웠습니다. 
혹여나 저의 잘못된 판단이, 안일한 대처가 노조와 조합원께 누가 되지 않을까 고심하며 숱한 밤 잠 못 이루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외롭지 않았습니다. 제 곁에 항상 조합원 동지들께서 굳건히 서 계셨기 때문입니다. 바로 옆에서 제 부족함을 채워주며 묵묵히 그리고 흔들림 없이 함께 조합을 지켜온 사무처 동지들께 각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 반보 뒤에서 든든한 지지와 응원, 때론 냉철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상무집행위원들과 대의원 여러분, 그리고 1천1백 조합원 동지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강건한 SBS본부를 대표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노동자로서의 자각과 언론 노동자로서의 소명 의식을 어느 순간에도 내려놓지 않고 노동의 존엄과 공정방송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한 치의 물러섬도 없던 SBS본부 조합원 동지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언론자유와 방송 독립을 훼손하는 권력과 자본의 개입을 결연히 거부하며 분연히 일어나 단체행동을 주저하지 않았던 SBS본부 조합원의 굳은 결의는 언론노동 운동의 본보기가 됐습니다. 그런 동지들의 대표가 될 수 있어서 무한한 영광이었고 자랑이었습니다. 기회를 주신 조합원 동지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은 사과드립니다. 
꺾이지 않는 결의와 전폭적인 지지에도 능력의 부족과 의지의 박약으로 동지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냉철히 반성합니다. 사회의 진보와 동종 업계의 선도적 변화에도 우리 일터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차별 해소, 복지 확대 등 노동환경 개선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한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합니다. 아울러 미숙한 운영과 섬세하지 못한 표현으로 혹여 상처받으신 분들이 계신다면, 이 기회를 빌려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노동조합을 굳건히 지켜가야 합니다. 3년 가까운 시간 전임자로 일하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습니다. 권력과 자본은 항시 방송을 사유화하고 노동을 착취할 유인이 존재합니다. 강건하고 자주적인 노동조합이 없다면 언제든 그 틈을 노려 권력과 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하려 들 겁니다. 그렇게 되면 필연히 우리의 노동조건과 공정방송은 후퇴하게 됩니다. 빼앗긴 것을 되찾는 것이 새롭게 쟁취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노동조합의 울타리를 튼튼히 하고 노조 깃발 아래 하나로 똘똘 뭉쳐야만 제 것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습니다. 원래부터 당연했던 것은 없습니다. 

노조를 지키는 일은 누가 대신할 수 없는 내 일입니다. 
19대 집행부가 원만하게 출범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합니다. 조합원이 주인인 노동조합, 적극적 참여를 통한 조합 민주주의 확대를 약속드렸지만, 결과적으로 미흡했습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여러분, 조합이 진정 필요하다고 느끼신다면, 고용 안정 등 노동조건의 유지 및 개선을 바라신다면, SBS가 자랑스러운 일터로 남길 바라신다면 조합을 지키는 일에 더 큰 책임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주십시오. 지금까지 반보 뒤에서 굳건한 지지로 책임을 다하셨던 것에서 한 발만 더 앞으로 내디뎌 주십시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고 미룰 수만은 없습니다. 내 일이라고 생각해주십시오. 우리 일터에서 지난 25년간 힘차게 나부꼈던 민주노조의 깃발이 꺾이지 않도록 앞장서 조합을 지켜주실 것을 강력히 그리고 간곡히 요청 드립니다. 

존경하는 SBS본부 조합원 동지 여러분, 지난 시간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과분한 애정과 격려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평조합원으로 돌아가서도 노동조합을 굳건히 지키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마다하지 않고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조합원 여러분 모두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평안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2024.3.25
-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 정형택 본부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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