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춘동 제14대ㆍ15대 수석부본부장 퇴임 인터뷰

 

Q. A&T지부 사무국장 1년에 지부장 4년, 노조 전임자로 5년을 보냈다. 19년 SBS 노조 역사에 전무후무할 만큼 긴 전임 생활이었는데 시원 섭섭할 것 같다. 퇴임하는 기분이 어떠한가?

 

A. 오래 했다고 잘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라도 조합 활동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고민도 많았고 마음 고생도 많았다. 그래서 이제 퇴임하게 되니 섭섭하기보단 홀가분하다. 해결하지 못한 일들이 많아 아쉬움도 있다. 특히 능력급 문제와 임금 체계 개선은 오랜 시간 고민을 많이 해서 꼭 결실이 있었으면 했는데 정말 아쉽다.

 

Q. 처음부터 ‘5년은 해야지’ 마음 먹지는 않았을 텐데 이렇게 길게 노조 전임자를 하게 된 데는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었을 것 같다. 어쩌다 5년을 하게 됐나?

 

A. 2011년 사무국장도 등 떠밀려 하게 됐다. 하지만 피하고 싶지 않았다. 그해 2011년은 SBS 노동조합 역사 중 가장 치열했던 시기여서 많이 배우고 경험했다. 1년 내내 정말 바쁘게 보냈다. 그 다음 A&T 지부장 역시 주위의 압력(?)과 권유로 나섰지만 사심 없이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회사를 23년 다녔는데 노동조합 전임을 5년을 했으니 부족한 제게는 영광스러운 일이다.

 

Q. 한두 가지만 거론하기 어렵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 한다면 뭐가 있을까?

 

A. 먼저 RESET!SBS! 투쟁 막바지에 대주주와 마지막 담판을 벌였을 때다. 사장 임명동의제, 홀딩스 자회사 처리를 두고 2시간 넘게 협상을 했다. 일개 사원이 대주주, 사장과 협상한다는 자체가 힘들었고 만약 협상이 깨지면 노사 모두에게 파국이 올 것이 분명한 상황이어서 부담이 엄청났다. 윤창현 본부장과 함께 치열한 논쟁 속에 협상했던 그날 그 2시간을 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A&T 내부 일인데 사측이 경력직 세트 디자이너를 뽑으면서 호봉직에 준하는 연봉제 사원으로 뽑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채용된 사원들은 20-25%를 깎인 임금을 받았다. 삭감 근거가 뭐냐고 묻자 ‘연봉제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무책임한 대답이 돌아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라 정치적 상황도 만만치 않았고 조합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어 대놓고 싸우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원칙의 문제인데다 앞으로의 채용기준이 될 수 있어 물러설 수 없었다. 결국 아트1팀 세트 디자이너 사원들의 전폭적 지지와 연대로 원래 기준으로 임금 수준을 회복했다. 이 때문에 ‘호봉직 위원장’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지만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은 지금도 그때와 같다.

 

사실 가장 힘들었던 건 조합원들과의 관계였다.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최선을 다했는데도 비아냥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한없이 힘들었다. 타사 조합원들이 투쟁에 직접 참여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볼 때면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우리 조합원들도 점차 달라질 것이라 확신한다. 진정한 RESET!SBS!를 이룰 순간이 왔기 때문이다.

 

Q. 재임 기간 의미 있는 성과가 많았다. 그럼에도 SBS 노동조합에게는 앞으로 사내외에 풀기 어려운 현안이 적지 않다. 경험자 입장에서 당부의 말을 한 마디 한다면?

 

A. 이제는 핑계 댈 곳이 없다. 잘하든 못하든 우리 책임이다. 그리고 시간도 없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핵폭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단순히 일할 사람을 더 뽑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이 노동 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하겠지만 동시에 우리가 속한 방송 산업의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와 변화된 자세로 생산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의식을 바꾸는 게 선행해야 한다. 투쟁은 나눌 성과가 있을 때 가능하다. 무임승차하는 사람에게까지 나눌 여유가 이제는 없다.

 

SBS 노동조합은 대대로 사심 없이 최선을 다한 전임자들로 건강함을 유지해 왔다. 이런 전통은 앞으로도 계속 돼야 한다. 16대 집행부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며 풍성한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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